
부자가 되는 법을 다룬 책은 많지만 대부분 무엇을 사라, 어디에 투자하라 같은 기술을 말한다. 그런데 인지심리학자 김경일의 부의 심리학은 결이 조금 다르다. 돈을 끌어당기는 건 결국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결정, 동기, 불안, 부러움, 관계처럼 지극히 심리적인 주제를 가지고 돈과 일을 풀어낸다. 부제도 “돈에 끌려다니지 말고, 돈을 끌어당겨라”다.
돈이 주는 고통은 결국 두 가지다
우리가 돈 때문에 겪는 고통은 결국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결핍과 상실입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어려움이죠. 결핍의 고통은 또다시 두 가지 방법을 통해 해결됩니다. 채움과 승화입니다. 채움은 더 가지는 것이고 승화는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더 크고 다루기 어려운 고통인데요. 바로 불안입니다. 돈과 관련된 불안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현재의 어리석은 내 모습에 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돈 때문에 힘든 이유를 막연하게 느끼고만 있었는데 이렇게 결핍과 불안으로 나눠놓으니 머리가 정리된다. 결핍은 더 벌거나 다른 가치로 대체하면 어느 정도 풀린다. 근데 진짜 다루기 어려운 건 불안이다. 통장에 돈이 쌓여도 불안한 사람은 여전히 불안하다. 결국 돈 문제의 절반은 마음의 문제라는 말로 들렸다.
불안은 사실을, 분노는 진실을 원한다
불안은 ‘사실’을 알려달라는 감정이고, 분노는 ‘진실’을 말하라는 감정입니다
불안은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증폭되는 것이며 따라서 나쁜 결과라도 일정 수준 이상 예측이 가능해지면 상당히 완화됩니다. 따라서 상황이 불안하면 사람들은 어쭙잖은 위로나 격려보다 정확한 사실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 구분이 꽤 실용적이다. 불안해하는 사람한테 “괜찮아질 거야” 같은 위로는 오히려 역효과라는 거다. 그 사람이 원하는 건 위로가 아니라 사실, 즉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다. 반대로 분노한 사람은 사실 너머의 진짜 원인을 알고 싶어 한다. 감정에 따라 줘야 하는 게 다르다는 걸 알아두면 사람 다루는 데 두고두고 쓸 것 같다.
목표를 세워놓고 계획이라 착각하지 말자
구체적이지 않은 것은 계획이 아닙니다. 목표일 뿐이죠. 목표를 만들어놓고 계획이라 착각하지 말라
오늘 해야 할 일의 제목 하나만 덩그러니 가지고 있으면 오늘의 결과는 0점인 실패 아니면 만점인 성공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제목을 다시금 명확한 데드라인에 힘입어 열 개로 쪼개어 놓으면 나의 오늘 하루에 대한 점수는 100점 만점에 70점, 80점, 혹은 90점도 부여할 수 있게 됩니다.
찔리는 대목이다. 나도 투자 공부하기, 운동하기 같은 제목만 적어놓고 계획을 세웠다고 착각할 때가 많다. 근데 그건 목표지 계획이 아니다. 제목 하나짜리 하루는 결국 성공 아니면 실패라서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잘게 쪼개야 70점이라도 받을 수 있고 성취감도 생긴다. 이건 당장 오늘부터 적용해볼 만하다.
결정은 엄청난 에너지를 쓰는 일이다
육체적으로 지쳐 있는 상황에서는 정신적인 활동인 ‘결정’이 좀처럼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결정은 사소한 것일지라도 굉장한 양의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소모시키는 정신적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자아 고갈ego depletion’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어떤 일에 의지력을 쓰게 되면 이후의 무관한 일에 있어서 제대로 할 수 있을 가능성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결론적으로 좋은 결정을 내리고 싶다면 심신이 지쳐 있지 않은 시간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에너지가 덜 소진된 오전이 낫겠지요.
중요한 투자 판단을 늦은 밤에 내리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종일 일하고 지친 상태에서 매수 버튼을 누르는 건 가장 안 좋은 타이밍이다. 결정 자체가 에너지를 태우는 일이라면, 큰 결정은 머리가 맑은 오전으로 미뤄두는 게 맞다. 사소해 보이지만 의외로 결과를 많이 바꿀 수 있는 습관이라고 느꼈다.
바쁠수록 더 자극적인 걸 원하게 된다
사람들은 바빠질수록 주의가 분산되고 따라서 어느 하나에 집중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집중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평상시보다 더 크고 자극적인 대상이 있어야만 보고 들을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바쁜 사람은 결코 쉽게 만족하지 않는다
이게 소비랑도 연결되는 것 같다. 바쁘고 정신없을수록 더 강한 자극, 더 비싼 보상이 있어야 그나마 만족을 느낀다는 거다. 바쁠 때 충동구매가 늘고, 자극적인 걸 찾게 되는 이유가 설명된다. 만족의 양과 질이 떨어지니까 같은 걸 받아도 시시해지는 거다. 그러니 진짜 만족하고 싶으면 일단 한숨 돌릴 여유부터 만들어야 한다.
성공은 기술하고, 실패는 설명하라
성공한 사람에게는 자신을 빼고 성공의 이유를 묻는 과정이, 실패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요인만 가지고 실패의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 말이지요.
성공한 개인과 조직들에게서 예외 없이 볼 수 있는 것은 그 성공을 가능케 했던 수많은 실패의 경험담들입니다.
실패 직후에는 ‘도전’이 아니라 앞서 일어났던 실패의 ‘만회’라는 느낌을 가져야만 다시금 그 일에 뛰어들기가 쉬워진다는 것입니다.
투자에 그대로 대입되는 이야기다. 수익이 났을 때는 내 실력을 빼고 시장이 좋았던 건 아닌지 물어야 하고, 손실이 났을 때는 내 잘못을 정면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대부분은 정반대로 한다. 수익은 내 실력, 손실은 시장 탓. 그리고 손익 평형 효과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사람은 이전 손실을 정확히 메울 수 있을 때 다시 도전한다고 한다. 실패를 무모한 한방으로 만회하려 하지 말고 만회의 느낌으로 차분히 복구하는 게 심리적으로 맞다는 거다.
보상은 크기보다 순서와 시점이다
큰 보상으로는 오히려 그 일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 힘들어진다라는 매우 역설적인 사실입니다.
지금보다는 앞으로 점점 보상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들면 사람들은 일을 전환함으로써 훨씬 더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이로 인해 유연함이 극대화된다는 것입니다.
같은 총량의 자원이라도 어떻게 배분하는가 못지않게 어떤 시점에 배분할까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한 방에 큰 보상을 주는 것보다 점점 커지는 보상이 사람을 더 움직인다는 게 흥미로웠다. 같은 돈이라도 언제 어떻게 쪼개서 주느냐에 따라 동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거다. 이건 조직 운영뿐 아니라 나 자신한테 보상을 주는 방식에도 적용된다. 목표를 다 이루면 한 번에 크게 보상하는 것보다 단계마다 작게 나눠 보상하는 게 끝까지 가는 데는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로 읽혔다.
부러움은 나쁜 감정이 아니다
열등감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를 남보다 못하거나 무가치하게 낮추어 평가하는 마음’으로 정의됩니다. 반면 부러움은 ‘어떤 사람의 긍정적인 능력이나 측면을 두고 자기도 그렇게 되고 싶어 하거나 가지고 싶어 하는 것’으로 정의되죠.
우리가 혼자 있을 때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소망, 꿈, 미래, 혹은 비전은 타인들이 존재하기에 더 수월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뜻인데요. 그 과정에서 강한 부러움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추구해야 하는 가치나 목표를 자연스럽게 설정할 수 있게 됩니다.
부러움을 열등감과 구분한 게 좋았다. 열등감은 나를 깎아내리는 거고 부러움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방향성이다. 누군가를 부러워한다는 건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드러나는 순간이라는 거다. 그동안 남을 부러워하는 마음을 애써 누르려고만 했는데, 오히려 그 부러움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면 내 목표가 선명해진다는 말이 와닿았다.
결국 핵심은 진정성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격이 비슷하냐 다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기반에 진정성이 있느냐 아니냐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죠.
결국 문제는 진정성입니다. 관계에서 누구든 이것이 낮으면 불행과 갈등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며 관계나 조직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죠.
사람을 만날 때 성격이 잘 맞느냐를 많이 따지는데, 김경일은 그게 핵심이 아니라고 한다. 외향이든 내향이든 예민하든 무던하든 좋은 관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작 갈라지는 건 진정성, 즉 정직하고 겸손한 정도가 다를 때다. 그리고 진정성 있는 사람은 그런 사람들끼리 모인다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결국 내가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지는 내 진정성 수준이 결정한다는 뜻이다.
통찰에는 배양기가 필요하다
사실 통찰이 필요한 대부분의 문제는 공간적으로 또 시간적으로 잠시 떨어져 보는 시간인 ‘배양기’를 반드시 필요로 합니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유명한 발견이나 발명 뒤에는 대부분 이러한 배양기가 있었습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사람들은 그 문제가 포함된 영역에서만 해결 방법을 찾으려 합니다. 따라서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면 다른 분야에 있는 상식들과 쉬운 지식을 두루 살펴보아야 합니다.
답이 안 나올 때 책상 앞에 더 오래 앉아 있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잠시 떨어져서 머리를 식히는 배양기가 오히려 통찰을 만든다. 그리고 해답은 문제와 같은 영역이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의 상식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투자든 일이든 한 분야만 깊게 파는 것 못지않게 다른 분야를 두루 보는 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 새겼다.
결국 부의 심리학은 돈을 버는 기술서가 아니었다. 돈을 다루기 전에 내 결정, 감정, 동기, 관계부터 어떻게 다스릴지를 이야기하는 책에 가깝다. 제목은 부의 심리학이지만 다 읽고 나면 결국 나의 심리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돈을 끌어당기고 싶다면 먼저 그 돈을 다룰 내 마음의 근육부터 키워야 한다는 것.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은 거기에 다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