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속성 – 김승호가 말하는 돈과 투자의 진짜 본질

자본주의를 이해한다는 건 거시경제 지표를 읽는 것만이 아니다.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쌓고, 어떻게 투자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김승호의 돈의 속성은 그 구조를 소비자의 시선이 아닌 사업가이자 투자자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이 책에서 내가 체크해두었던 문장들을 한 번 정리해봤다. 자신이 주인이 되어 자제심이라는 단어를 머리로 이해했다고 하여 어떤 일이든 자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일에 자제하는 습관이 쌓여야 한다고 한다.

정규적인 돈이 이긴다

“정규적인 돈과 비정규적인 돈이 싸우면 언제든 정규적인 돈이 이기기 마련이다.”

이 문장은 단순하지만 굉장히 묵직하다. 비정규적인 돈이란 투자 수익, 일시적 보너스, 부업 수입처럼 들쑥날쑥한 돈을 말한다. 반면 정규적인 돈은 매달 꾸준히 들어오는 사업 수익, 월급, 임대 수입 같은 것들이다.

단기적으로는 투자로 한방 크게 벌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꾸준히 들어오는 돈이 결국 이긴다는 말이다. 투자 수익이 들쑥날쑥하면 생활도 흔들리고 심리도 흔들린다. 그러니 먼저 탄탄한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리스크에 대한 오해

“사실 리스크가 크다고 알려진 것 자체가 리스크를 줄여놓은 상태라는 걸 알아차리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게 처음엔 잘 이해가 안 됐다. 근데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모두가 위험하다고 아는 것은 이미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 반대로 모두가 안전하다고 믿는 것이 실제로 더 위험할 수 있다.

변동성이 크다고 무조건 리스크가 큰 게 아니다. 오히려 리스크가 크다고 알려진 자산은 사람들이 이미 그것을 감안하고 가격을 낮춰놓은 상태다. 시장을 볼 때 남들이 두려워하는 것에 오히려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버핏의 말과 통한다.

“리스크의 특성 중 하나는 과거 사례가 미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 버텼으니 이번에도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리스크는 매번 새로운 형태로 온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이 만들어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경계해야 한다.

운과 실력을 착각하지 말자

“모든 상황이 잘 풀릴 때는 운도 실력처럼 보이지만 운은 불규칙적이다.”

“운은 절대로 반복되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허물어버릴 수 있다.”

상승장에서 수익을 낸 사람들이 자신의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 운이 좋았던 시절에 겸손하지 않으면 운이 빠져나갔을 때 그 자리를 자만심이 채워버린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무서운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한 게 아니라 시장이 좋았던 것일 수 있다. 그 차이를 항상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투자는 예측이 아니라 대응이다

“예측에 따라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 예측이 틀리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는 예측이 아니라 언제나 대응인 것이다.”

주식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이번엔 어떻게 될 것 같아?”다. 근데 미래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예측을 확신으로 바꾸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대응이란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행동하는 것이다. 틀렸을 때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두는 게 진짜 투자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시장 상황이 더 악화돼도 대응할 수 있는 상황 안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 이것이 투자의 정석이다.”

결국 투자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임이 아니라 잃지 않는 게임이다. 더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어야 진짜 투자다.

분산투자의 오해

“투자라는 개념에서 여러 주식을 나눠 구매하는 것은 바구니만 여러 개일 뿐, 같은 선반에 올려져 있는 것과 같다. 선반이 쓰러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분산투자를 한다고 해서 리스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코스피 안에서 아무리 종목을 나눠봤자 코스피가 폭락하면 같이 빠진다. 진짜 분산은 자산군 자체를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는 뜻이다.

“재산을 모을 때는 자식같이 아끼고 살피며 모으면서 투자할 때는 가이드 단체 관광이라도 간 것처럼 따라 다닌다는 점이다. 피같이 벌어서 물같이 쓰는 셈 아닌가.”

이 비유가 너무 찔린다. 힘들게 모은 돈을 투자할 때는 어딘가에서 들어서 아는 종목에 그냥 따라 들어가고 있진 않은가. 내 돈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한번 점검해봐야 할 것 같다.

지식과 지혜는 다르다

“투자는 지식과 지혜가 합쳐져야 성공한다. 지혜가 없는 지식은 오만해지고 지식이 없는 지혜는 허공만 안게 된다.”

공부를 많이 했다고 잘하는 게 아니고 경험만 많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공부로 쌓은 지식에 실제 경험에서 나온 감각이 더해져야 한다. 그게 결국 투자에서도 인생에서도 맞는 방향인 것 같다.

임대료를 내는 사람이 건물주다

“만약 여러분이 임차료를 밀리지 않고 낼 사업체를 현재 운영 중이라면 그 빌딩을 소유할 능력과 힘이 있다는 것이다.”

“‘임대료를 내는 사람이 건물주’라는 말을 사업을 운영하는 동안 절대로 잊지 않는다면 어느 날 건물주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게 이 책에서 나한테 가장 새롭게 와닿은 시각이었다. 임대료를 낼 수 있다는 건 그 건물을 소유할 체력이 된다는 의미다. 사업을 통해 트래픽을 만들고 있는데 그 트래픽이 올려놓는 건물 가치를 건물주에게 고스란히 주고 있는 건 아닐까.

“매장, 공장, 사무실과 같은 사업장을 갖고 수입을 발생시켜 임차료를 내고 있는 모든 사업자는 자신의 사업에서 두 가지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첫 번째는 사업 자체의 수입이고, 두 번째는 고객 트래픽이 만들어내는 부동산 가치 상승이다. 근데 사업자는 첫 번째 수익만 가져가고 두 번째는 건물주한테 넘기고 있다. 김승호는 그걸 빼앗기지 말라고 얘기한다.

맥도날드, 디즈니랜드, 대형 슈퍼마켓 모두 결국은 부동산 사업이라는 말이 이제 이해가 된다.

누군가에게는 블랙먼데이가 누군가에는 블랙프라이데이다

“누군가에게는 블랙먼데이가 누군가에는 블랙프라이데이다.”

시장이 폭락하는 날 모두가 공포에 던질 때 그 공포를 이용해 사는 사람도 있다. 결국 같은 사건이 누군가에겐 재앙이고 누군가에겐 기회다. 그 차이는 준비와 현금 보유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려고 하지 말고 어떤 상황이 와도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해두는 것. 그게 이 책 전반에 걸쳐 김승호가 계속 강조하는 부분이다.

묻기 전에 자격을 갖춰라

“묻기 전에 물을 만한 자격을 갖춰야 하고 그 자격을 갖추기 위해 공부를 하다 보면 왜 물으면 안 되는지도 스스로 알게 된다.”

이 마지막 문장이 책 전체를 정리해주는 것 같다. 어떤 종목 사야 해? 지금 들어가도 돼? 이런 질문을 하기 전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실력을 먼저 쌓아야 한다. 그 실력을 쌓는 과정에서 그런 질문이 왜 의미 없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된다는 말이다.

결국 돈의 속성은 돈을 버는 기술보다 돈을 대하는 태도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나 자신을 다스리는 법에 대한 책이라고 느꼈다. 뭔가 투자 공식을 알려주는 책일 것 같지만 읽고 나면 결국 본질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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