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의 구조와 정유의 원리까지 – 원유 1편

원유는 정유공장을 거치며 휘발유와 경유가 되고, 나프타를 통해 플라스틱과 합성섬유의 원료가 되며, 중질유는 아스팔트와 선박연료, 윤활유의 기반이 된다.

우리가 매일 입는 옷, 택배 포장재, 자동차 부품, 도로, 농업용 비료, 공장 설비의 윤활유까지 생각해보면 석유는 생각보다 훨씬 깊숙히 일상과 산업에 들어와 있다.

석유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국제유가를 보는 일이 아니고 원유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기준으로 품질이 나뉘며, 정유공장에서 어떻게 여러 제품으로 바뀌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원유의 생성

원유가 만들어지고 한곳에 모이기 위해서는 여러 지질학적 조건이 맞아야 한다.

먼저 오래전 바다나 호수 바닥에 미생물, 조류, 동식물의 잔해가 쌓이고 그 위로 퇴적물이 덮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유기물은 깊은 지층 속에서 열과 압력을 받는다. 이 과정이 아주 오랜 시간 이어지면 유기물은 원유나 천연가스로 변한다.

원유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바로 유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원유가 저장될 수 있는 암석이 있어야 하고, 그 위를 막아주는 덮개 역할의 지층도 있어야 한다. 또 원유가 흘러가 한곳에 모일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다. 쉽게 말해 원유는 만들어지는 과정뿐 아니라 이동하고, 저장되고, 갇히는 조건까지 맞아야 한다.

원유 회수 방식

원유가 땅속에 있다고 해서 전부 다 꺼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가장 기본적인 생산 방식인 1차 회수는 저류층 내부에 존재하는 압겱, 가스 압력, 수압 등을 이용해 원유가 자연스럽게 지상으로 올라오게 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에너지를 크게 투입하지 않아 경제적이지만, 회수율은 낮다. 보통 매장량의 일부만 꺼낼 수 있다.

그 다음 2차 회수는 지하에 물이나 가스를 주입해 압력을 높이고, 남아 있는 석유를 밀어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1차 회수보다 더 많은 원유를 끌어올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EOR이라 불리는 3차 회수는 고온의 증기를 넣어 끈적한 원유의 점도를 낮추거나, 화학물질을 주입해 유동성을 높이거나, 이산화탄소를 넣어 원유를 팽창시키는 방식이 활용된다.

처음 뽑아 올린 원유에는 물, 가스, 모래, 염분 등 여러 불순물이 섞여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먼저 1차 처리가 이루어진다. 분리기를 통해 가스와 액체를 나누고, 탈수기로 물을 제거하며, 탈염 과정을 통해 염분을 줄인다. 이렇게 처리된 원유는 현장 저장탱크에 보관된 뒤 파이프라인이나 유조선을 통해 정유공장으로 이동한다.

전통적 원유와 비전통적 원유

전통적 원유는 비교적 쉽게 채굴할 수 있는 원유다. 일반적인 유전의 저류층에 원유가 모여 있고, 수직 시추를 통해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비전통적 원유는 채굴이 어렵거나, 생산 비용이 높거나, 원유의 상태가 특수한 자원이다. 대표적인 예가 셰일오일, 셰일가스, 오일샌드다.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는 셰을층이라고 불리는 암석 틈새에 갇혀 있다. 일반 유전처럼 한곳에 대량으로 모인 것이 아니라, 넓은 지층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과거에는 경제성이 낮았다.

하지만 수평시추와 수압파쇄 기술이 발전하면서 달라졌다. 수직으로 뚫은 뒤 지층을 따라 수평으로 시추하고, 물·모래·화학약품을 고압으로 주입해 암석에 균열을 만든다. 그 틈을 통해 원유와 가스가 흘러나오게 하는 방식이다.

오일샌드는 기름을 머금은 모래다. 일반적인 액체 원유와 달리 점성이 높고 끈적한 상태이기 때문에 채굴과 처리 과정이 더 복잡하다.

비전통적 원유는 단순히 “새로운 원유”가 아니라 기술 발전이 자원의 의미를 바꾼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원유의 품질

원유 품질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API 비중과 황 함량이다

API 비중은 원유가 얼마나 가벼운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가벼운 원유, 즉 경질유에 가깝다. API 수치가 낮을수록 무거운 원유, 즉 중질유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경질유은 정제가 쉽고, 휘발유·경유·항공유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기 좋다. 반면 중질유는 점성이 높고 무거워 정제하기 어렵다.

API31.1도 이상을 경질유, 22.3도에서 31.1도 사이를 중간유, 10도에서 22.3도 사이를 중질유, 10도 미만을 초중질유 또는 비튜멘으로 설명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기준은 황 함량이다. 황이 적은 원유를 저유황유, 영어로는 스위트 크루드라고 하며 황이 많은 원유는 고유황유, 영어로는 사워 크루드라고 한다.

황은 정유공정에서 설비를 부식시키고, 촉매 기능을 떨어뜨리며, 연소 과정에서 대기오염 물질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황 함량이 높은 원유는 별도의 탈황 공정이 필요하고, 그만큼 비용이 더 들어간다

즉 가볍고 황이 적은 원유는 비싸고 무겁고 황이 많은 원유는 싸지만 처리하기 어렵다.

WTI, 브렌트유, 두바이유

WTI, 브렌트유, 두바이유는 세계 원유 가격을 판단할 떄 기준이 되는 대표적인 원유다. 원유는 생산 지역마다 품질이 다르고 거래되는 시장도 다르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특정 원유를 기준으로 삼아 가격을 비교한다.

WTI는 미국 서부 텍사스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원유다. 가볍고 황 함량이 낮은 고품질 원유로 평가된다.

브렌트유는 북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다. 유럽과 국제 해상 원유 거래의 대표 기준유 역할을 한다.

두바이유는 중동산 원유 가격의 대표 기준유다. WTI나 브렌트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겁고 황 함량이 높은 편이지만, 아시아 시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원유 운송시간

한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선적항까지 유조선이 가는 데 약 16일 정도가 걸린다. 이후 원유를 싣는 데 3~4일이 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원유를 가득 실은 상태라 21~22일 정도가 소요된다. 한국에 도착한 뒤에도 원유를 저장태크로 옮기는 데 며칠이 더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중동산 원유가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대략 35~46일 정도가 걸린다.

국제유가는 오늘 올랐는데 주유소 가격은 며칠 뒤에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국제 유가가 떨어졌는데도 국내 가격이 바로 내려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여기에는 세금, 환율, 정제마진, 유통마진, 재고 가격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원유는 금융시장에서는 가격이 즉시 움직이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한 달 넘게 바다를 건너오는 물류 상품이다. 그래서 석유산업은 가격뿐 아니라 운송, 재고, 저장, 항만, 해상 물류까지 함께 봐야 한다.

원유에서 정유까지

원유는 수십 가지에서 많게는 수백 가지의 탄화수소가 뒤섞인 복잡한 혼합물이다. 탄화수소란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을 말한다.

탄소는 서로 길게 연결될 수 있고, 수소와 결합해 다양한 구조를 만든다. 탄소가 몇 개 연결되어 있는지, 가지가 어떻게 뻗어 있는지, 고리 구조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

탄소 수가 적은 탄화수소는 가볍고 끓는점이 낮다.
탄소 수가 많은 탄화수소는 무겁고 끓는점이 높다

원유를 가열하면 끓는점이 낮은 성분은 먼저 증발하고 끓는점이 높은 성분은 나중에 분리된다. 이렇게 해서 LPG, 휘발유, 나프타, 등유, 경유, 중유, 아스팔트 원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정유공장의 첫 단계

원유가 정유공장에 도착하면 먼저 전처리 과정을 거친다. 원유에는 물과 염분, 금속 성분, 기타 불순물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염분은 정유 설비를 부식시킬 수 있다. 그래서 정유공장에서는 원유를 예열한 뒤 탈염 과정을 거쳐 염분을 제거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공정은 상압증류다. 상압증류는 원유를 약 350~380ºC까지 가열한 뒤 증류탑에 넣고, 끓는점 차이에 따라 성분을 분리하는 과정이다. 증류탑 내부는 아래쪽이 뜨겁고 위쪽으로 갈수록 온도가 낮다. 가벼운 성분은 위쪽으로 올라가고, 무거운 성분은 아래쪽에 남는다.

이 과정에서 LPG, 나프타,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등으로 나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원유 한 배럴이 그대로 휘발유 한 배럴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유 한 배럴에서는 휘발유, 경유, 항공유, LPG, 나프타, 등 여러 제품이 동시에 나온다.

감압증류와 분해 공정

상압증류를 거치면 가벼운 성분은 비교적 쉽게 분리된다. 하지만 무거운 잔사유는 여전히 남는다.

이 무거운 성분은 중유, 아스팔트, 선박연료, 윤활유 원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휘발유나 경유, 항공유 같은 제품에 비하면 부가가치가 낮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유공장에서는 감압증류를 사용한다.

무거운 성분을 더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열분해가 일어나 제품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압력을 낮춘다. 압력이 낮아지면 물질의 끓는점도 낮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무거운 성분을 분리할 수 있다.

하지만 정유산업의 핵심은 단순히 나누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무거운 탄화수소를 더 짧고 가벼운 탄화수소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분해 공정이라고 한다.

분해 공정은 긴 탄화수소 사슬을 잘라 짧은 탄화수소로 만드는 과정이다. 무거운 중질유를 휘발유, 경유, LPG, 석유화학 원료처럼 더 가치 있는 제품으로 바꿀 수 있다.

대표적인 방식에는 열분해, 접촉분해, 수첨분해가 있다.

열분해는 높은 온도의 열로 탄화수소 결합을 끊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는 올레핀 같은 불포화 탄화수소가 많이 생성될 수 있다.

접촉분해는 열과 촉매를 함께 사용해 더 효율적으로 분해하는 방식이다. 촉매를 사용하면 열분해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반응을 진행할 수 있고 더 다양한 생성물을 만들 수 있다.

수첨분해는 고온·고압에서 수소를 넣어 중질유를 분해하는 공정이다. 고온·고압 조건에서 수소와 촉매를 사용해 무거운 탄화수소를 더 가볍고 안정적인 제품으로 바꾼다.

탈황 공정

황이 많은 원유는 정제 과정에서 설비를 부식시키고, 촉매를 손상시키며, 연료로 사용될 때 대기오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황을 제거하는 탈황 공정은 정유곡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인 방식은 수소탈황이다.

황이 포함된 탄화수소에 수소를 넣고 촉매 반응을 일으키면 황 성분이 황화수소 형태로 바뀐다. 이후 황화수소를 분리하고 회수하면 황을 제거할 수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질소는 암모니아로, 산소는 물로 바뀌어 제거될 수 있다.

고도화 공정

정유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중 하나가 고도화 공정이다.

고도화 공정은 무거운 저부가가치 유분을 가볍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바꾸는 공정이다. 특히 고황 중질유를 저황 경질 제품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좋은 원유는 비싸다. 가볍고 황이 적은 원유는 정제하기 쉽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기 좋기 때문에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는다.

반면 무겁고 황이 많은 원유는 상대적으로 싸다. 하지만 처리하기 어렵다. 황을 제거해야 하고, 무거운 탄화수소를 쪼개야 하며, 고온·고압 설비와 촉매, 수소가 필요하다.

만약 어떤 정유사가 값싼 중질 고유황유를 사와서 휘발유, 경유, 항공유, 나프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바꿀 수 있다면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고도화 설비다.

대표적으로 유동촉매분해, 수첨분해, 수첨탈황, 접촉개질 같은 공정이 있다. 이 공정들은 설비 투자 비용이 크고 운전 난이도도 높다. 하지만 정유사의 제품 구성과 수익성을 바꾸는 핵심 장치이기도 하다.

정유와 석유화학

정유공장에서 나온 일부 유분은 석유화학 산업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나프타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의 핵심 원료다. 나프타를 분해하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같은 올레핀 계열 원료가 나오고, 촉매개질을 거치면 벤젠, 톨루엔, 자일렌 같은 방향족 화합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물질들은 다시 플라스틱, 합성고무, 합성섬유, 필름, 포장재, 도료, 접착제, 전자소재, 자동차 부품, 건축자재로 이어진다.

석유는 자동차를 움직이는 연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대 산업의 소재를 만드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정유산업의 이해

우선 국제유가가 올랐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단순히 “기름값이 오르겠구만”이라고 볼 수 없다.

먼저 어떤 유가가 올랐는지 봐야 한다. WTI인지, 브렌트유인지, 두바이유인지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한국 입장에서는 두바이유의 흐름이 중요할 때가 많다.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그 다음 제품 가격도 함께 봐야 한다.

정유사는 원유를 사서 휘발유, 경유, 항공유, 나프타 등으로 판매한다. 원유 가격이 올라도 제품 가격이 더 많이 오르면 정제마진이 좋아질 수 있다. 반대로 원유 가격이 내려도 제품 수요가 약하면 정유사의 수익성은 나빠질 수 있다.

중동 정세가 불안하다는 뉴스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유가 상승 가능성만 볼 것이 아니라 해상 운송 경로, 원유 도입 기간, 재고 수준, 정유공장 가동률까지 함께 봐야 한다.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흔들리는 것도 단순히 유가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나프타 가격, 에틸렌·프로필렌 스프레드, 중국 수요, 글로벌 경기, 플라스틱 수요, 재고 사이클이 함께 작용한다.

유가 뉴스가 물가 뉴스로 이어지고, 정제마진 뉴스가 정유사 실적으로 이어지고, 나프타 가격이 석유화학 업황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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